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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은 도대체 우리에게 돈을 얼마나 벌어준 것일까

웹지기     입력 20.09.2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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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어둡다. 1929년 대공황수준이다. 일본은 –5.8%, 영국은 –9.5%, 프랑스는 –10.1%다(OECD 9월 전망).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10.55%)와 캐나다(-5.8%) 호주(-4.1%), 러시아(-7.3%) 모두 곤두박질쳤다.

OECD는 올해 한국은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말에 우리는 GDP규모가 두어 계단 더 올라선다. GDP대비 세계 7~8위의 경제대국이 된다(물론 숫자가 뭐 얼마나 중요하랴...국민의 삶이 중요하지)


만약 우리가 올해 다른 OECD 국가 중 제법 선전한 호주(-4.1%)만큼만 경제가 망가진다면? 우리 GDP는 2019년 기준 1조 6,421억 달러다. 여기에서 사라지는 4.1%를 돈으로 환산하면 673억 달러쯤. 우리가 한 해 생산한 부가가치 79조 1천억 원 정도가 허공으로 사라진다. 이중 절반(참으로 대충이지만)이 정은경 청장과 우리 중대본이 잘해서 지켜낸 것이라고 가정해도 40조 원가량이다.

비교적 선방한 경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비용을 줄인다. 코로나로 나락으로 떨어진 가정이 10에서 8로 줄었다면, 의료비도 그만큼 줄었을 것이다. 코로나로 직장을 잃은 근로자가 10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그만큼 줄었을 것이다. 한강 공원이 개방되면서 더 팔린 치킨의 매출은? 전 세계에서 프로야구가 가장 먼저 재개되면서 얻은 효용과 탕정의 삼성 반도체 공장이 멈춰서지 않으면서 지킨 기회비용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 우리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더 채워놓기 위해 해외에서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를 발행했다. 유로채권시장에서 5년 만기로 7억 유로를 발행했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됐다. 그런데 이자율이 ‘-0.059%’다. 한국정부가 9천5백7십2억 원을 빌리는데,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가 오히려 우리 정부에게 이자를 준다. 더 쉽게 말하면 우리 정부가 7억 2백만 유로를 빌리고 10년이 지나 7억 유로만 갚으면 된다. 물론 사상 처음이다(도대체 왜 이런 기사는 네이버메인에 안 올라오는가?)


천문학적으로 지구촌에 풀린 돈을 어딘가 투자해야 하는데, 한국정부가 발행하는 국채가 안전하고 수익성도 높아 보인 것이다. 그렇게 서로 우리 국채를 인수하려고 하다 보니, 우리 정부가 ‘그럼 이자 안 줘도 될까요? 하고 채권을 발행했는데 다들 인수하겠다고 나선 거다

(그렇게 인수한 우리 국채의 가격이 시장에서 오르면, 그 투자자는 이윤을 남기고 되판다.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이자율로 발행되는 채권을 인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튼튼한 국가신용을 만드는데 정은경과 중대본은 몇 %나 기여를 했을까? 그들의 사회적 기여는 수많은 경제적 효과로 이어진다. 흔들리는 경제를 버티게 한다. 그야말로 ‘방역보국’이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비단 방역 당국의 역할 뿐일까. 우리는 기대 이상으로 이 바이러스와 잘 싸우고 있다. 우리는 이미 바이러스를 향한 사회적인 스크럼을 짰다. 이 싸움은 일상이 됐다. 방역 당국에 매일 확진자 동선을 제공하는 SKT의 기술진이나, 일요일에도 자가격리자를 체크하러 출근한 어느 구청공무원, 백화점 엘리베이터 손잡이를 하루 10번씩 닦는 환경미화원도, 사실 우리 모두 그 전선에 있다. 우리는 진짜 잘 해내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 이렇게 확실하게 선진국보다 더 성과를 낸 적이 있었나. 미국에선 이미 20만 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아침에 신문을 보면 우리는 매일 아침 서로를 물어뜯는다. 곧 나라 망할 분위기다.

그제(25일) 월스트리저널은 다시 한국의 방역 성공을 심층 분석했다. ‘한국이 코로나 방역의 암호를 풀었다’면서 '그것은 간단하고, 유연하며, 다른 나라가 따라 하기 쉽다'고 추켜세웠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OECD 국가 중 최고라고 또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 언론만 보면 곧 나라 망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 저널, 9월 25일 자


어떤 정책이, 어떤 정책 당국자의 어떤 결정이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효용이 있는지 계산할 수는 없다. 박정희의 '경부고속도로'도, 노무현의 '한미FTA'도 그렇다. 하물며 코로나로 숨진 1명의 목숨의 가치나, 코로나로 숨질 수 있는 1명의 목숨을 살려낸 가치를 어떻게 GDP값으로 치환할 수 있을까. 그래도 그 가치는 엄연히 우리 시장에 파고들어 오늘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다만 체감하지 못할 뿐.

위기가 계속되니 공치사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하자. 그래도 전 세계가 인정하는데 우리는 평가가 너무 박하다. 박하다 못해 흔든다. 며칠 전에는 소송까지 걸었다.

우리 경제가 이 초유의 위기를 이 지구에서 제일 잘 견뎌내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를 격려하고 박수칠 일이다. 서로 상처 낼 일이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큰 역할을 한 게 틀림없다. 한 번쯤 감사할 시간이다. 흔히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말이 있다. 그녀의 후생에도 이 사실을 누군가 기억해주길...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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